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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서버 탄생비사 캐릭터명 후아유 2014-01-13 조회 635
오늘은 집안에만 있기는 아까운 날이다. 따뜻이 내려쬐는 햇볕이 나를 밖으로 끌어내어 날로 푸르러지는 산으로 인도한다. 나는 그저 햇볕이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휴일에다 날씨까지 따뜻하니 나들이꾼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저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얼었던 길이 녹아 질퍽질퍽하니 잘못하면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고 신발이나 옷에 흙이 묻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표정들은 밝아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오늘은 휴일일 뿐 아니라 정월 대보름날이기도 하다.
정월은 음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달이다. 율력서(律曆書)에 따르면 정월은 천‧지‧인 3자가 합일하고 이를 받들어 모든 사람들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고 한 해의 운세를 점치며 설계했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초승달이 차츰 커져서 보름에 만월이 되고 다시 작아지는 것은 곡식의 씨앗을 뿌리고 그것이 자라서 여물고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한 것이다. 달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것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첫 달 정월 대보름을 대명절로 삼고 한 해의 풍년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고 마을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대동단결의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세시풍속에 대한 관심을 갖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조상님들의 지혜인 것 같다. 대보름 행사에는 지신밟기 달맞이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더위팔기 등이 있고 음식으로는 오곡밥과 9가지나물 귀밝이술 부름 깨물기 등이 있다. 지신밟기는 대보름을 전후해 집터를 지켜주는 지신(地神)에게 고사를 지내고 풍물을 울리며 축복을 비는 세시풍속이다. 대보름에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귓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귀밝이술도 맛본다. 그 밖에도 달집태우기와 더위팔기가 있으며 부럼 깨물기는 껍질을 까지 않는 호두나 잣 밤을 깨물면서 한 해 동안 무사태평을 기원한다.
우리 고향에서는 해마다 시가 자체적으로 각동별로 돌아가면서 달집을 만들고 그 동에서 풍물도 치고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온 시민의 소원을 적어 넣은 쪽지를 매달아 태우기도 한다. 또한 술과 밥을 하고 간단한 나물로 반찬을 해서 오는 시민들에게 대접하기도 한다. 우리 동 차례 때는 전날부터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대나무를 쳐서 가운데에 나무를 쌓고 둘레에다 대나무를 새끼줄로 엮고 그 줄에다 소원 쪽지를 매달아 달이 뜨기 시작하면 불을 붙인다. 그때 우리 풍물꾼들은 주위를 맴돌며 풍물을 치면 행사가 극치에 이른다. 달집이 다 탈 때까지 풍물을 치며 소원을 빌었다.
나는 올해엔 고향엘 가지 못하고 이렇게 산을 돌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 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춘이 지났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났건만 아직도 가기가 싫은지 쌀쌀한 추위가 온몸을 움츠리게 한다. 그러나 한기속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따스한 봄기운이 감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계절의 변화다. 나무줄기에 푸른빛이 비치고 가지에 움이 돋아나는 모습이 완연이 눈에 띈다. 또 땅에 쌓인 낙엽을 헤치고 보면 보일 듯 말 듯 푸른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다. 겨울이 아무리 가기 싫어해도 다가오는 봄 앞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봄의 전령사들을 보며 올 한 해가 모두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